글 문체 샘플 8
자캐 동맹 로그
헤레이스는 정의로운 아이는 아니었다. 대의를 위해서라거나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는 아이가 되지 못했다. 누군가는 이런 헤레이스를 가리켜 이기적이라고 칭하기도 했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몰랐다.
그러니 가령, 지금과 같이 자신의 양심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헤레이스의 머릿속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제 양심 따위에 대한 문제보다는 제 손에 쥐어진 것이 가져올 것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여태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 누군가 불렀으니 책임은 그에게 있다는 안일함. 전부 헤레이스의 대답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헤레이스는 그저 제 눈에 들어왔던 돌의 색에 관해서 떠올린다. 그것이 얼마나 붉었는지, 그걸 담은 제 두 눈은 또 얼마나 붉었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헤레이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제 양심이란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기껏 해봐야 멋대로 행동한 게 전부라는 것도 깨닫는다. 나무라봤자 자신은 1학년이다. 누군가 건넨 쪽지에 호기심이 동해서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하고 마는, 규칙과 모범적인 생활에 관해서는 아직 덜 익숙한 나이라고. 우리는 고작 해 봤자 신입생에 불과하지 않나요,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투로 헤레이스가 교수를 올려다본다. 불그스름한 기질을 가진 두 눈이 천진하다. 그는 그저 누군가 남긴 쪽지가 있었고, 마침 허니듀크에서 나눠준 상자에 투명 망토 조각이 있었던 게 생각났다고. 그래서 움직였노라 하고 고한다. 그 과정에서 도드라진 것은 오로지 아이의 호기심뿐이었으며, 이마저도 스스로가 움직이기보다는 타인이 움직인 것이라고. 그러니 그 모든 과정에 있어서 죄를 따지려거든 자신의 호기심을 부추긴 이부터 찾으라고. 이 모든 행동은 오롯이 제가 행한 것이 아니라고. 라는 구구절절한 말 대신 딱 한 마디만 더 입에 올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어쩔 수 없었다는 대답을 내뱉으며 헤레이스는 손에 쥔 붉은 돌을 숨긴다. 설령 교수가 알아채더라도 들키면 안 될 거 같았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진짜 소원의 돌이 맞는지도 모를, 붉은 돌 조각 하나를 숨긴 것이 죄는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