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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죽는 것은 썩 유쾌한 감각이 아니다. 끝나지 않는 삶에서 죽음은 더 이상 아무런 유희거리가 되지 못했다. 그저, 끝내지 못하는 자에 대한 조롱에 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주드는 특히나 죽는 것을 꺼렸다. 잠들지도 못하는 자에게 잠드는 시늉을 시키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처사가 아닌가? 그래서 주드는 체이 리고티의 날카로운 칼날이 제 살을 파고드는 순간에도 아프기보다는 불쾌했다. 멋대로 자신을 다루는 것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저는 다른 이의 목숨따위 쉽게 여기면서 다른 이가 저를 낮잡아보는 것은 그리도 싫어했다. 실로 저밖에 모르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배신자의 이름을 지닌 이가 타인을 배려하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그러니 주드는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참회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증오 그리고 혐오따위를 불태우고 있었다.
아, 역시 죽는 건 그리 좋은 감각이 아닙니다.. 비틀어지는 감각보다는 나은 거 같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잠은 죽음의 예행연습이다. 죽는다는 것은 꿈을 꾼다는 것과 많이 닿아 있다. 우리는 닿지 못하는 것을 위해 그리도 열심히 다리를 움직인다. 주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죽는 것에는 별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꿈을 꾸는 것은 즐겼다.
죽는 것과 잠은 많이 닮아있다. 그래서 주드는 자신이 죽은 동안 꾼 것이 죽음의 끝에서 만난 자신의 무의식의 기저인지, 꿈인지 구분하지를 못했다. 어차피 둘 다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 건 똑같은데. 교묘하게 이름을 바꿔치기 한 것으로 속에 든 것은 너무나도 쉽게 바뀐다.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일까? 이름 없는 자신에게 이름이 얼마나 더 큰 의미를 가질까? 지금 이전에 가졌던 이름들에서 자신은 어떠한 값을 도출해냈는가.
말이 너무 많다.
간만에 깊은 잠에 빠진 까닭이다. 꿈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정보값을 요구한다. 머릿속에 든 것을 정리하기 위함이라지만, 이로 인해 우리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특히나 살아온 시간이 긴 자에게 꿈이란 일종의 망각이다. 고작 꿈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그가 살아온 기간이 너무나 길다. 꿈 한 번으로 그는 과거로 돌아가며, 현재를 망각하고,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꿈은 그만큼 달콤하다. 씁쓸한 맛을 족적으로 남기고 사라지는 주제에 닿는 순간에는 지독하게 달콤하다. 그래서 주드는 단 맛을 좋아하지 않았다. 단 것의 뒤에는 쓴 것이 따라붙기 마련이었다.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면 주드는 현실에서 더욱 멀어지는 감각을 받곤 했다. 짧은 잠이어도 그에게는 꿈을 꿀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제는 돌아가기는 커녕 회상하기도 힘든 때들이 꿈을 나오곤 했다. 주드는 더 이상 그런 것에 미련이 없으면서도 자신이 부서버린 것들에 대한 재회에는 그리 강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다시는 부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회고가 아닌가? 동시에 다시는 되돌리지 못하는 파괴였다. 그래서 주드는 종종 꿈을 꾸고난 직후에는 유달리 유순해지곤 했다. 그의 꿈이 유독 긴 탓도 있었다.
주드는 그리 꿈을 자주 꾸는 편은 아니었다. 잠을 자지 않는 탓도 있었다. 그의 육체는 고작 불면으로는 망가지지 않기에 그는 곧잘 밤을 지새웠다. 그리 지새워도 그의 이름자 외며 그를 불러줄 이 없었기에 그는 그 고독한 적막을 다른 것으로 때우고는 했다.
그러다보면 그는 꼭 자신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다다르고는 했다. 할 것 없는 고요함은 의식을 사유의 바다속으로 빠뜨리기 좋았다. 그는 이 물음을 해결하고자 꽤나 오랜 시간을 투자했는데. 결국 얻은 것은 ‘여전히 모르겠다’였다. 태어난 이래 그의 이름 꽤나 바뀌었지만 자신은 여전히 그 자신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이름이 없었다. 호칭은 부르는 이의 편의를 위함임을 알지만, 그래서 자신이 ■■를 믿는 것이지만. 완벽하지 못한 피조물에게 자신을 정의할 이름자가 없다는 것은 고통이었다. 그리하여 주드는 부러 신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신실한 믿음 아래 언젠간 보답이라도 내려올 것 같이. 하지만 그의 신은 그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다만 새로 찾은 신은 이전의 신보다는 자비롭기를 바라는 것이다. 비록 지울 수 없는 짙은 혈향이 그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서도, 백단향 따위로는 그의 속내에 감춘 죄악의 향을 감출 수 없지만, 그는 감히 바라보는 거다.
그래서 간혹 꿈을 꾸었다.
이 꿈은 가끔은 달콤하고 때때로는 아주 쓰기 그지 없었는데. 그럴때면 주드는 일어나서 작게 기도를 외우곤 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그 누구도 들은 적이 없다. 그는 아직도 꿈속에서 유영중이기에.
그저 언젠가 마주할 그의 신을 위해서, 또한 그의 ■■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꿈이라도 꾸기를 원하는 것이다.
바스락 거리는 꽃밭의 적막한 소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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