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커미션 19

글 문체 샘플 10

자캐 커뮤 로그 그러니까 약간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러니 저러니 허울 좋게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만 본론은 결국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죽고 싶은 이 누가 있겠냐만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타토는 무던한 태도를 보이곤 했다. 그게 곧 죽어도 괜찮다는 명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만, 다른 이에 비해서 죽음에 대한 감각이 다소 가벼웠다. 그러니 타토는 기왕이면 죽는 쪽이 자신이길 바라는 당신의 말에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깨닫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듯, 예의 그 붉은 눈을 두어 번 끔뻑일 뿐이었다. 이곳은 죽어도 죽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가 소멸되었다기 보다는, 죽음으로부터 억지로 다시 생을 끄집어내는 것에 가..

글 문체 샘플 9

자캐 커뮤 로그자기 파괴적 딜레마의 연쇄에 관하여 누군가의 초상은 때로는 어느 도시의 축제를 위한 초석이 되어서. 나는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또 흔들리고. ** 스크린 위로 올라오는 이름들이 낯설다. 모두 모르는 이름이다. 이제는 알 수도 없는 이름들. 그 이름들이 이루어내는 유영이 너무나 낯설어서, 알고 싶지 않아서, 외면하고 싶어서. 마차는 시선을 돌린다. 뒤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나열이 끝나지 않을 장례 행렬로만 보여서 마차는 결국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모르고. 손에 든 국화가 유달리 버거워 뒷사람에게 떠넘기듯이 쥐여주곤 자리를 벗어난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곡소리, 죽은 이를 채 놓아주지 못하는 미련, 슬프다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의 골들을 뒤로 하고 계속 내달리면 도착한 곳..

글 문체 샘플 8

자캐 동맹 로그 헤레이스는 정의로운 아이는 아니었다. 대의를 위해서라거나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는 아이가 되지 못했다. 누군가는 이런 헤레이스를 가리켜 이기적이라고 칭하기도 했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몰랐다. 그러니 가령, 지금과 같이 자신의 양심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헤레이스의 머릿속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제 양심 따위에 대한 문제보다는 제 손에 쥐어진 것이 가져올 것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여태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 누군가 불렀으니 책임은 그에게 있다는 안일함. 전부 헤레이스의 대답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헤레이스는 그저 제 눈에 들어왔던 돌의 색에 관해서 떠올린다. 그것이 얼마나 붉었는지, 그걸 담은 제 두 눈은 또 얼마나 붉었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헤레이스는 이 문제를 ..

자캐 프로필 샘플 1

자캐 프로필 중 일부 “.. 말 걸지 마.” 이름 : 니시하라 젠/にしはら ぜん 성별 : XY 학년 : 3학년(18살) 키/몸무게 : 187/평균 -2 외관 : 불쑥, 성인에 가깝게 커져버린 몸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마냥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니시하라는 키가 더 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네 나이 대에는 아직 키가 더 큰다고 하는 부모님의 말에 옷단이 여유가 남는 정도의 옷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정갈한 교복이었으나 소매가 살짝 내려오는 것이 싫었다. 제법 마른 몸 위로 올려진 큰 옷은 태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니시하라는 내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디건에 가려져서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 겉옷쯤이야 다들 넉넉하게 입지 않는가. 그리 생각하며 니시하라는 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글 문체 샘플 7

자캐 커뮤 로그 중 일부 짧은 잠은 유달리 길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일으킵니다. 깨질 거 같은 정신은 이번에 무사히 깨어났던가요.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간만에 무리를 했어요. 잠도 자지 않고 밤을 새워 사람들을 치료했었죠. 능력도 과도하게 사용했어요. 어쩌면 수명이 조금 줄어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군요.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해야할 일을 했으니까요.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듭니다. 얼마만인가요. 이런 상쾌함은. 실로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도망친 것이 무색할 만큼 청량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얼굴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너무나 가벼워서, 그리고 또 너무나 부드러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말아요. 아, 나는 살아있습니다. 이토록 확실하게 살아있습니다. 온 몸을 짓누르는 고통이, 아픔이, 아무래도 좋았어요..

글 문체 샘플 6

자캐 커뮤 로그 누군가에게 죽는 것은 썩 유쾌한 감각이 아니다. 끝나지 않는 삶에서 죽음은 더 이상 아무런 유희거리가 되지 못했다. 그저, 끝내지 못하는 자에 대한 조롱에 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주드는 특히나 죽는 것을 꺼렸다. 잠들지도 못하는 자에게 잠드는 시늉을 시키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처사가 아닌가? 그래서 주드는 체이 리고티의 날카로운 칼날이 제 살을 파고드는 순간에도 아프기보다는 불쾌했다. 멋대로 자신을 다루는 것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저는 다른 이의 목숨따위 쉽게 여기면서 다른 이가 저를 낮잡아보는 것은 그리도 싫어했다. 실로 저밖에 모르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배신자의 이름을 지닌 이가 타인을 배려하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그러니 주드는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왜 이런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