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커뮤 로그 중 일부
비가 내린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일기 예보에선 비의 소식을 전하지 않았고 하늘에선 그 어떤 전언도 내려오지 않았다. 바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마냥 잠잠했다. 그러니 갑자기 찾아온 비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그리 생각하며 하늘을 눈으로 좇았던가 아니면 바다를 바라보았던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며 올데리오는 두 눈을 감았다.
축축하고, 차갑다. 날 선 머리칼을 처지게 만들 만큼 많은 비다. 어젯밤만 해도 퍼석하다 못해 부서져 내리던 모래들이 축축하게 내 발을 끌어당겼다. 뜨겁게 작렬하여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던 공기는 촉촉하다 못해 축축했고. 육지와 바다 그 어느 것 할 거 없이 전부 차가웠다.
“... 심해.”
그래 이 풍경은, 이 어둠은, 이 적막은 심해와도 같다.
차갑게 내려앉은 하늘이 어두운 심해 속을 떠올리게 해 기분이 좋았다. 기껏 차려입은 옷이 젖어버렸지만 싫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모두 젖어버린다면 바다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즐거웠다. 발밑에서 잘박거리는 물소리가 듣기 좋았고 익숙지 않은 풍경이 즐거웠다.
심해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눈은 내렸던가. 모르겠다. 제법 깊은 심해에는 빛도 들어오지 않으니까 알 수 있는 게 적었다. 그래도 심해가 좋았다. 육지도 좋았고. 비 내리는 육지가 비가 내리지 못하는 심해처럼 보여서 이대로 먹혀버려도 좋을 것만 같았다. 깊어지는 밤에 맞추어 거세지는 비바람을 마냥 즐기면서 맞을 수 있었다. 그랬다. 아니 그랬었지. 불청객을 만나기 전까지는, 정말로 그랬다. 일기 예보가 미처 내게 전하지 못한 소식은 비만 있는 게 아닌가 보다. 당신이 지금 내 눈앞에 서 있으니 누락된 예보가 더 있음이 틀림없다. 그리 생각하여 올데리오는 제 표정을 굳혔다.
“뭐야.”
입 밖으로는 많은 말이 새어나가지 않았다. 못했다. 정리되지 못하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에 말이 엉켰다. 복잡하고, 어려웠다. 또 어지러웠다. 이 기분은 뭐지? 이 감각은? 소름 끼치는 낯선 것이 올데리오의 전신을 뒤덮었다. 분명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너는 제게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저 역시 나쁜 기분이 아녔음을 안다. 잘 아는데. 왜 이리도 속이 메스꺼운지 올데리오는 이 역시 알지 못했다. 머릿속이 제 멋대로 뒤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