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커뮤 로그 중 일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저 하늘 위의 구름처럼 두루뭉술하고 어딘가의 유니콘 이야기처럼 허무맹랑하다가도 논리 정연하게 정렬되어 찾아오는 이 감정을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사랑.’
두 글자를 내뱉어본다. 어떤 시인이 사랑이 섬뜩하게 날 선 장검을 뽑는 소리 같다고 한 게 생각났다. 그러게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게 들리네. 어디에도 비할바 없는 달콤한 말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그게 꼭 당신 같아서. 달큼하게 내 목을 조를 그대라서. 어쩐지 슬퍼지는 것은 사랑이란 것이 가진 습성이 원래 그런지 아니면 사랑이 칼 뽑는 소리처럼 섬뜩하게 들리는 오늘 밤의 탓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유달리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 옆에 당신이 없음을 깨달아서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저 새벽이라 허한 감정인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는 이유는 내가 확신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탓이리라. 그리 생각해본다. 또한 내가 모르는 게 많은 이유는 알면서도 덮은 탓이라. 그래서 내가 당신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일찍 말하지 않고 덮어두고 덮어두다 덮은 곳이 언덕을 이룰 쯤이 돼서야 나는 내 작은 가슴에 가득 찬 것이 그대를 향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너무 겁이 많아서, 용기가 없어서. 사랑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이 들었으므로 사실 이대로 내 작은 마음속으로 삼켜버리고 나 혼자 앓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기로 용기를 낸 것은 첫째 내가 당신을 너무 사랑함이요 둘째 담아두기에는 내 작음 몸이 슬슬 터질 거 같기 때문에. 터져버려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이 온 우주에 흩어져 버리면 혹여 당신이 놀랄까 싶어 이 작은 한 몸 터지기 전에 당신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합니다.
압니다. 알아요. 내가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란 것쯤은.
굳이 내 입으로 내뱉어서 확인할 필요도 없이 나와 당신은 많이 달랐고 서로 보고 있는 것도 다르기에. 원래 사랑이 다른 점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는 하나 그것이 당신과 나의 다른 점을 없애주지는 못하지요.
당신이 나와 많이 다름을, 애초부터 나와 당신이 사는 세계가 다른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과 내가 어울릴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음을 나는 너무 잘 압니다.
나와 당신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그 사이 간격은 내가 몇 번이나 죽더라도 당신이 모를 만큼이고. 그 간격에 빠져 죽은 나의 시체들이 산을 이룬다 해도 당신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겠지요. 산을 이룬 나의 육신들이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토해낸다 해도 당신에게는 그 어떤 소리조차 닿지 않을 거리입니다. 그래요 당신과 나 사이에는 그만큼의 거리가 있습니다.
당신이 나보다 더 오래 살아온 만큼 당신은 내가 보지 못한 다른 것을 보았고, 나는 당신보다 덜 산만큼 보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당신이 서쪽을 볼 때 나는 남쪽을 바라보고 당신이 위를 볼 때 나는 옆을 보고 있지요. 맞아요 우리는 출발선부터 다릅니다. 겹치는 곳이라고 할만한 것은 작디작은 점 하나. 그마저도 전체에서 본다면 점이라고 부르는 것이 민망합니다. 나는 그렇게 당신에게 남긴 것이 없는데 당신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흔적을 남겼고. 나는 당신의 흔적들을 지우려 애써보나 쉽사리 지워지지 않습니다. 사람 없는 바닷가 위에 새겨진 발자국이 유달리 눈에 잘 보이듯이 당신의 흔적 내 안에서 그러했고 나는 파도가 발자국을 씻어내듯 당신의 흔적을 아무도 모르게 쓸어내리려 했으나 허사였습니다. 어떻게든 지워보려 애를 쓰면 쓸수록 그 노력이 무색하게 당신은 나에게 더 선명하게 파고들고 겁이 많은 나는 무서워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납니다.
그런데 물러나도 또 물러나도 온통 당신인지라 나는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당신이 내 안에 가득 차서, 너무나 밝게 빛나서 나는 당신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니 벗어날 곳이 없습니다. 안 그래도 작은 나란 사람이 당신으로 가득 차 버려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몇 번이나 당신에게 잠겨 죽습니다. 죽어도 죽어도 또 죽어도 좋을 그대여. 당신은 이런 나의 마음 모르겠지요. 이 마음 모르지요. 어쩌면 이해조차 못하겠지요.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하는지 모르겠지요. 하지만 내가 어찌해야 하나요? 나조차도 모르겠는걸. 나조차 왜 당신인지 답을 내리지 못하는 데 내가 어찌해야 하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당신이라 외치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나는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당신 뒤에 숨은 것이 많은데 내가 모르는 것이 많은데 나는 겁도 없지요. 당신을 사랑한다 이리 쉽게 말하니. 그렇지만 그렇지만요 당신. 당신이란 수수께끼를 풀기에는 당신과 내가 만난 시간도, 알아온 시간도, 그리고 아는 것도 너무나 적지만 풀지도 못하는 수수께끼를 품으려는 것은 내가 너무 미련한가요? 내가 너무 바보 같은 가요? 그렇지만 나는 바보입니다. 원래부터 바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신 앞에만 서면 속절없이 바보가 됩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안 그래도 당신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어 가는 나를 더 멍청하게 만드는 것은 당신이고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가는 바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아니 어찌해도 좋습니다.
나는 당신 손이라면 어떤 짓을 당해도 좋고 이는 거짓 없는 진실입니다. 실제로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것이라 고통스럽고 아픈데 나는 잊지를 못합니다. 바보인지라 모른 척 아닌 척 무시하기에는 내가 너무 바보인지라 이 아픈 마음 부여잡고 당신을 사랑한다 이리 절절히도 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