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커뮤 로그
불면이다. 지독한 불면.
끌어 오르는 토기를 억지로 짓누르며 네가 눈물을 참았던가,
모르겠다. 참은 것이 너무 많아 무엇을 참았는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숨을 참았던가, 생을 참았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 모든 것을 참았나. 역시 모르겠다. 남은 것이 없는 자라, 사라진 것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르겠어.
너는 두 눈을 감았다. 없어진 우주에선 어느 별도 찾을 수 없었다.
“흘러간 눈물들이 은하수를 이루더라도 너의 별은 다시 뜨지 않아 벤.”
바뀌지 않는 사실에 너는 절망한다. 바꿀 수가 없어, 바뀔 리가 없잖아? 알지만, 알면서도 너는 다시금 절망한다. 담아왔던 눈물이 흘러넘친다. 떨어져 나가는 물방울이 죽어가는 숨결인지 아니라면 흩어지는 네 눈물인지. 물기가 가득한 눈은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했다. 흐린 시야 속에선 귀만이 밝아져 와 너는 듣기 싫은 소리와 더욱 친해지고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이제 그만 포기해.”
달콤한 죽음이 불면의 끝을 종용한다.
“모든 걸 끝내고 잠들 수 있어. 너도 그걸 원하잖아?”
너는 고개를 저었다. 불면의 끝을 원하지만...
나는...
겁쟁이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 입 밖으로 걸어 나왔다. 스스로의 약점, 네가 그토록 부정하고 싶었던 말이 불면 앞에서는 이리도 쉽게 튀어나왔다.
.. 무서워. 나는... 무서워. 무서우니까...
차마 드러내지 못한 것이 묵직하게 네 숨을 짓눌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숨겨왔던 말들이 하나둘 떠오르지만 어째 너의 몸은 더 무거워져 너의 가라앉음을 끝을 모르고.
내가 뭘 할 수 있어?
스스로의 파멸을 부추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어?
들이쉬지 못하는 숨에 눅진해진 폐가 아파온다. 너의 아가미는 제 구실을 잃은 지 오래였다. 잃은 지 오래인 폐가 아파온다. 막혀오는 숨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너의 폐에는 물만이 쌓여가고, 물이 가득 찬 폐에서는 입을 열어도 찰랑이는 물소리만 들려왔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못했다. 너는 침잠한다. 잃어버린 말들이, 애써 잊으려던 것들이, 네가 외면한 모든 것이 너의 불면을 부추겼다.
깨지 못하는 불면이라, 눈을 감아도 도망갈 수가 없었다. 불면이 깰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잔잔하게 밀려들어온 평화로움에 너는 그만 잊어버렸다.
“쉬이, 착한 어린이는 꿈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이야.”
싫어..
“벤, 도망치고 싶어도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 그래도..
너는 다시금 말을 잃는다. 꼬리도, 지느러미도, 성한 것 하나 없는 몸은 그저 가라앉을 뿐. 다리가 시큰하게 아파오는 것은 심해의 압력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리라, 너는 애써 그렇게 믿었다. 흘러나오는 눈물은 압력에 의해 밀려 나온 것이라고.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타들어 가는 너의 생이 너무나 비참할 것만 같아서. 꺼져가는 삶이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너는 팔을 들어 올려 눈을 가린다. 눈이 시리다. 심해의 수온은 네가 견딜 수 있는 차가움이 아닌지라 외로운 너는 한없이 떨었다.
그래 이것은 불면이다.
깨지 않는, 깨지 못할
지독한 불면.